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작년 <나이브즈 아웃> 이후로 극장에 간 건 처음이네요.
코로나 때문에 미국에선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음악이 돋보이는 영화는 특히나 극장에서 봐야지 그 진미를 느낄 수 있는데 말예요ㅋㅋ
그동안 수많은 걸출한 장편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한 픽사의 관록이 느껴지는 멋진 영화였습니다.
픽사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픽사의 예전작들이라고 하더군요ㅋㅋㅋ 매번 레전드를 갱신하는 픽사.. 벌써부터 픽사의 다음 작품이 기대돼요.
이야기도 훌륭하지만 아름다운 영상미가 혼을 쏙 빼놓습니다. 애니제작기술의 최최최첨단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단순히 현실감&현장감을 뛰어넘어 순간의 감성을 표현하는 능력.. 얼마나 실력있는 사람들이 오랜시간 공들여 만들었길래 이렇게 감동적인 장면들이 나올 수 있는 걸까요.. 보는 내내 감탄이 나옵니다.
<재미로 해보는 1995년작 픽사 첫번째 영화와 그래픽 비교ㅋㅋㅋ압도적이죠?>
저는 여태까지 목표지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인생은 목표를 이뤄나가는 여정이고 목표가 없는 인생은 부질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행복들을 외면하고 앞만 보며 달렸습니다. 지금의 나는 부족하고 불행하니 어서 더욱 노력해서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어 행복해져야 한다.. 그런 생각 속에 살아왔습니다.
불완전한 모습의 나를 받아들이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삶의 모토도 우리 사회 속에 비교적 최근에야 성립된 것 같습니다.
학생시절엔 학교성적만이 성공의 비결인 것 같아 죽어라 공부했죠. 대학..졸업..취직..커리어 성공.. 누가 정해놓은 듯한 코스를 뛰며 숙제하듯 목표를 이뤄나간다 하더라도 그게 행복해지는 길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겠죠.
목표를 이룬다 하더라도 인생은 새로운 사건의 연속입니다.
<소울>은 이런 단순한 진리를 아주 묵직하게 전달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어려운 표현을 하나도 안 쓰면서 명쾌하면서도 짙은 호소력으로 멋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건지.. 감탄에 또 감탄할 수밖에 없어요ㅋㅋㅋ
어린이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쓰려는데 생각해보니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영화같습니다.. 결과적으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네요.
영화포스터 이미지는 다소 잔인해서 다른 일러스트로 대체합니다 (잔인하긴 매한가집니다만 그나마..)
공포/고어영화계의 명작으로 추앙받는 헬레이져를 드디어 봤습니다. 저는 지나친 고어물까진 못 보는데, 이 헬레이저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뭐 충분히 즐길만한 수준의 그로테스크함이었습니다ㅋㅋ
참신한 디자인의 크리처들을 감상하는 것만큼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가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인지, 어디까지가 불쾌하고 역겨운 것인지..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줄타기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물론 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경이/아름다움의 편이지.. 도를 지나친 것을 접할 때는 아주 기분이 상해버려요)
스토리도 중후반까지는 정말이지 너무나 흥미롭습니다. 남편의 남동생과 사랑에 빠져 바람을 피우는 여자와.. 남편과 전처 사이에 태어난 딸이 메인주인공인데,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이고 실험적인 연출들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어디까지나 영화 중후반까지ㅋㅋㅋ
용두사미 영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이네요, 후반부에 가서 왜그랬지? 힘이 딸렸나?.. 감독이 바뀌었다거나 제작당시에 뭔 일이 있었나...?...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후반 전까지의 흥미진진한 긴장감과 재밌는 컷연출들, 멋진 크리처들. 이것들만으로도 90분의 런닝타임이 그닥 아깝지 않은 멋진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