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추천하지 않는 영화에 대해 써보겠습니다(ㅋㅋㅋ)
왓챠에서 <28일 후> <28주 후>가 12/20일에 서비스종료한다는 소식을 듣고 좀비물을 좋아하는 저는 두 작품을 연달아 봤습니다.
전작인 <28일 후>는 정말 재밌게 본 수작입니다. 좀비물을 좋아하시면 한번쯤은 꼭 보시기를 추천해요.
반면에 후속작인 <28주 후>는.. 제 기준으로 2020년에 봤던 영화 중 최악이었습니다.
영화 도입부부터 나오는 한 부부, 그중에 남편 캐릭터(위 첨부사진의 남자입니다.. 보기만 해도 치가 떨려) 는 절대 관객들에게 호감을 줄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도입부니까 그냥 말씀드리자면 이 남자는 좀비사태라는 위급상황에 멀리 떨어져있는 자녀들에 대해 별 걱정도 하지 않고, 좀비들이 쳐들어오는 위급상황에 아내를 버리고 혼자 도망가는 이기적인 캐릭터입니다.
관객들은 보통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인물에게 이입하기 마련인데,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 제 한몸 건사하기 위해 혼자 튀는 선택을 하는 순간, 관객은 이 인물에게 더이상 이입하기를 거부합니다. (누구도 쓰레기같은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때부터 이 인물에게 기대하는 건 '이 남자가 자신이 한 잘못의 대가를 어떻게 치를까' 겠죠.
그런데 영화는 진행되면서 점점 어이없는 전개로 빠지게 됩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선천적 면역체라 살아 돌아왔고 (자녀들에겐 엄마가 손쓸틈도 없이 좀비들에게 죽었다고 구라를 쳐놓은 상황에) 그 아내와 남편이 다시 재회하는 그 순간까지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그 후부터 영화는 최악의 선택을 합니다.
'???????????????????????' <-이런 반응, 그리고 '아니 굳이 이렇게 했어야 했나??' <-이런 반응... 그리고 이내 찾아온 것은 짙은 불쾌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아마 이 영화는 스토리의 진부한 틀을 깨부수고 참신하고 독특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나봅니다. 일반적인 극에서 탈피한 100% 그 너머의 리얼리즘을 보여주고싶었나봅니다.. (그렇게 할 거면 좀 잘하던가ㅡㅡ;)
현실적임을 추구하는 영화라 하더라도 결국 영화는 극입니다. 창작자의 의도에 의해 제한되고 각색된 현실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영화에서 현실을 추구하겠답시고 약자들이 죄도 없이 싸그리 잔인하게 죽는 장면을 관객들이 보고싶어할까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 태연하게 잘 사는 모습을 관객들이 보고싶어할까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끝내 한을 풀지 못하고 단념하는 모습을 관객들이 보고싶어할까요?
그런 일은 현실에서 파다하게 일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영화에까지 그런 현실을 그대로 끌고 올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평면적인 선악구도를 고수해야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맡은 위치를 분명히 하고 어떤 설정과 전개가 이 인물에게 가장 적합한지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막상 이 영화에서 선한 역할을 맡은 캐릭터들의 묘사도 굉장히 얄팍하여.. 이들이 영웅적인 행위를 하는 걸 보고있어도 뭐 어쩌자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가끔, 보는 이들에게 감명을 주려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전개와 장면들로 관객/독자들을 현혹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장면을 연출한다던가 하는 방법으로요.. 좋습니다만 그 장면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전하고싶은 것이 뭔지, 그걸 전하기 위해 이것이 과연 제일 효과적인 방법일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든 지나치면 안 좋으니까요. 저도 늘 그런 자세를 경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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