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기에 좋은 날씨인 나날들이지만 집에서 조용히 고요를 만끽하는 것도 좋군요, 어떤 차림으로 뭘 먹고 뭘 하고 있어도 뭐라하는 사람 하나도 없고요. 전 사람 만나는 걸 아주 좋아하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만 해요. 단점은 혼자 있으면 늘 하던 생각의 수렁에 푹 빠져버리기 쉽다는 겁니다.. 다른 누구를 만날 때면 상대에게 집중하느라 늘 하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새로운 생각을 할 수도 있어 좋아요. 전 생각의 노예입니다.. 생각에 대해 또 생각을 하죠. 언젠간 자유로워지고 싶네요
시간이 참 잘 가네요. 차기작은 아마 올해 연말이나.. 더 늦어도 내년 초..? 에는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꼭..
집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여전히 일드를 엄청 봅니다. <어이 미남!!>, <콩트가 시작된다>, <브러쉬업 라이프>... 매주 새 에피소드가 올라오는 <왕에게 바치는 약지>도 여배우가 예뻐서 보고 있어요. 예전에 다 봤던 일드도 백색소음 겸 다시 틀어놓고 완주하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일본에 살고 있는 거나 다름 없지 않을까요? 일본어 실력도 꽤나 수준급이 되지 않았을까요?(희망사항) 난 왜이렇게 일본드라마만 찾아보는 걸까요??? 다른 나라 드라마는 잘 못보겠어요(한드 포함)
일본 드라마는 화면이 정적인 편이어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색조도 차분한 편이고요.. 이야기 전개도 익숙한 구성대로 흘러가는 편이라 긴장보단 편안함을 주어요. 그리고 제가 일본어를 듣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어릴 적부터 일본애니를 통해 언어와 문화를 접해서인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요..
집에서 작업하는 게 지겨울 때면 무작정 외출을 합니다. 요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기에 참 좋은 때네요. 지금을 충실히 즐겨두는 게 좋겠습니다.. 얼마 안 가면 지옥같은 더위와 재앙같은 날벌레 떼들의 추근거림에 시달릴 테니까요.. 오후의 햇살과 바람을 맞을 때면 어라 지금 나 무척 행복하네 싶은 순간이 옵니다. 그런 순간을 잘 간직해두려고요. 마음 속 유리병 같은 거에 담아두고 틈틈히 꺼내먹는 캔디 삼으려 합니다.
좀더 잡설을 팍팍 휘갈기는 일기장같은 공간으로 이곳을 활용해볼까- 라고 늘 생각만 해요. 속마음을 인터넷에 잘 털어놓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가끔씩은 이렇게 아무 소리나 떠들 공간이 필요하네요. 옛날엔 네이버 블로그같은 데다 잡소리 참 많이 했는데ㅎㅎ 막상 또 이렇게 쓰다보니 즐겁네요.
요새 생긴 고민은, 제가 만화 속에서 쓰는 대사들이 너무 예스럽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대 청소년들의 대화 장면인데.. 말투는 할부지 할머니.. 전작의 여파일까요? 이번작품 배경은 6-70년대도 아니건만.. 근데 내 말투가 원래 이래요.. 글로 쓸 땐 더 고리타분하고요. 그래서 전작 할 땐 결이 맞아서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제는..ㅎㅎㅎ 더 어리고 날것의 말투를 연구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요새 애들은 어떤 말투를 쓰는 거지? 그치만 나는 초딩때부터 이런 말투를 써왔는걸.. 그리고 일애니/일드를 너무 많이 보다보니 일본어체도 너무 마니 써.. ㅎ 머 그래도 좋지만, 캐릭터 대사 쓸 때는 좀더 신경써야겠다는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원체 늘 생각이 많고 예민한 기질이다 보니 가끔 술을 마시면 긴장이 좀 풀어지는 감각이 즐겁습니다. 평소엔 늘 팽팽하게 조여져있는 실을 좀 느슨하게 놓아주는 느낌이랄까요.. 위장이 약한 편이라 주당은 못됩니다만, 요샌 꽤 알콜을 즐기는 편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알콜은 더욱 즐겁지요. 요새들어 더욱 생각합니다. 소중한 친구들이 곁에 있어야지만 살아가는 힘을 낼 수 있다고요..
최근에 에버랜드에 다녀왔는데 할로윈 컨셉으로 좀비 테마의 포토존을 잘 만들어놨더라고요, 놀이기구를 잘 못타서 구경 위주로 즐기다 왔어요. 놀이공원에서 구슬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먹는 호사도 누렸답니다. 코튼캔디, 레인보우샤벳, 초콜렛크림, 바나나스플릿…💕 어릴 적 가족과 놀이공원에 왔을 때 이걸 그렇게 먹고싶었는데 비싸다고 안 사주신 기억이 너무 상처로 남아있었어요. 비싸면 얼마나 비쌌을 거라고, 모처럼 온 놀이공원에서 돈 몇푼 아끼려고 부모님이 제게 이걸 안 사주셨을까요? 어쩌면 구슬아이스크림을 먹기 전에 이미 다른 군것질거리를 사주셨을 수도 있죠.. 그걸 제가 잊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어쩔 땐 놀이공원에 갔을 때 이걸 사주셨던 적도 분명히 있었다는 거에요. 그런데 전 부모님이 구슬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았던 기억만 소중히 간직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원망스러워하고있으니.. 저희 부모님이 아시면 꽤나 서운해하시겠죠? 상처받은 경험, 슬펐던 경험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앞으로 또다시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또는 처해도 잘 대처하도록) 대비하려는 자연스러운 자기방어적인 현상일 거 같습니다. 그런데 태생적으로 너무 민감하다보니 이런 부정적인 기억들과 상처들이 자꾸 수면 위로 올라와서 힘들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가족이 제게 구슬아이스크림을 사주었던 기억을 찾아내어 떠올렸다는 겁니다. 한번도 한 사주셨던 거면 어쩔 뻔 했어요 ㅋㅋ 전 더 큰 마음속 구렁을 파고 있었겠죠…
그리고 뭣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전 스스로 얼마든지 구슬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는 어른이라는 것입니다, Hooray!! 구슬아이스크림🍦
추워지기 전에 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안내판에 전망대라고 쓰여있는 쪽을 향하여 걸었는데 어느새 비포장 등산로를 오르는 신세가 되어있더라고요..ㅎㅎ 그래도 정상에서 본 임진강과 겹겹이 산들의 경치가 좋았습니다.
'소년이 소년에게' 연재를 끝낸 지도 어느새 반년 남짓이 지났지만 가끔씩 등장한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다시금 느끼는 건데, 이황연 같은 인물은 정말 실제로 잘 없을 것 같죠..
그토록 한 사람만 평생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일이 정말 가능하긴 한가 싶습니다. 제가 그려놓고선..ㅋ
사실 권승태 같은 인물도 드물 겁니다.
70년을 살아온 고집불통의 남자가 자녀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전하는 일은 벼락 맞지 않고서야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사건일 겁니다..
얼마나 많은 자녀들이 부모의 무심함과 독선 속에서 상처를 받나요. 예전엔 부모님 사랑만 하늘 같은 줄 알았는데, 최근엔 자녀들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순수하고 깊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년기의 아이들은 부모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고 받아들여주니까요. 두 사랑에 경중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 그리고 사실 김필수 같은 캐릭터도 현실에선 드물 것 같습니다ㅋㅋ
1950년대생, 완전 옛날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70세 남자가 자신의 친구가 동성애자임을 깨달았을 때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있을까..? 어르신들 생각 외로 개방적인 면모를 보이실 때도 있어서 확신할 순 없겠군요 이건ㅋㅋㅋ
이런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에 비하면 성지후, 허인회 같은 애들은 꽤나 현실에 있을 법한..? 애들이 아닐지.
지후는 불온했던 어린시절로 인해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주변 눈치를 살피는 아이로 자랐고,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인회 역시 상실의 연속인 어린 시절이었고, 어머니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사람을 믿지 못하면서도 유일하게 소중한 사람(지후)에게 버림받을까 봐 극도로 불안해하죠.
이런 사람들은 현실에서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요.
제가 요새 애착유형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지후는 회피애착유형, 인회는 불안-회피(혼합)애착유형 일 것 같습니다.
회피애착유형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을 두려워해 거리를 두려 하는 유형이고,
불안애착유형은 타인과의 깊은 관계를 갈망하여 상대가 멀어질 까 봐 겁내는 유형이랍니다.
그래서 사실상 회피유형-불안유형 인 커플들은 안정애착유형의 커플들보다 불온한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그런 면에서 인회와 지후는 앞으로 둘이 잘 지낼 수 있을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ㅋ..ㅜ; 확실한 건, 둘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구나.. 저도 참 그 둘이 잘 됐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전 가슴 찢어지는 새드엔딩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만, 얘네 둘은 해피해졌으면 좋겠군요..
아마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끼리도 좀 더 노력을 해야겠고요..(인회가 좀 더 많이 해야 될 겁니다, 걔가 더 좋아하는 쪽이니까ㅋㅋㅋ)